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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템즈강에는 별이 뜬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 속엔 별이 뜬다. 세상 어느 곳이든, 멀고 먼 하늘에서도 별이 뜬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뼈마디 저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이별의 상처로 총 맞은 짐승처럼 울부짖을 때도 고개를 들면 별은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 어둠이 먹물처럼 화선지를 적시는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별 하나의 사랑을 꿈꾸며 찿아 헤맨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윤동주 ‘서시’중에서.   시인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사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고, 작별이 돌아올 수 없는 절망의 강이라도, 죽어가는 것들 앞에서 생명은 별빛으로 반짝인다.     삼년 반 동안 투병하던 남편을 얼마 전 떠나 보낸 선배는 해 뜨는 날과 캄캄한 밤, 바람 부는 날이면 잎새에 흔들리는 바람에도 운다. 꽃이 피면 꽃이 예뻐서 울고 꽃잎이 떨어지면 이별의 상흔이 아파 눈물 떨군다.     선배는 55년 전 100달러를 들고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이국 땅을 밟았다. 아들 딸 잘 키우고 손자 손녀 재롱 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었다.     낮에는 별이 안 보인다. 별은 어두울 때 잘 보인다. 내가 별을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땅끝이나 지구의 저 편에서 누군가 별을 바라본다. 사랑이 암호로 가슴 깊이 새겨지는 것처럼 별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그대 머리 위에 떠 있다.     어깨동무 하고 보았던 고향마을 동산이나, 박넝쿨 흐드러진 담장에 매달린 박꽃들은 별이 뜨면 다문 입술을 벌리고 아침이 오면 고개를 숙인다.   템즈강에도 별이 뜬다.    템즈강(River Thames)은 영국 런던을 지나가는 강이다.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강으로 옥스퍼드, 레딩을 거쳐 영국의 수도 런던 도심을 서에서 동으로 가른 후 북해로 흐른다. 세월을 견딘 템즈강가를 거닐어 본적 없지만 어둠이 대지를 덮고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면 이국의 연인들은 손을 잡고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단 한 번의 눈 길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리운 사람들이 사는 곳. 이별과 눈물이 있는 곳에는 어디라도 별이 뜬다. 세느강이든 한강이든 비슬산을 등지고 구비구비 돌던 낙동강에도 별은 뜬다.     별 하나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은 억만리 길, 멀고 먼 타향, 지구의 끝이라 해도, 별 하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국의 땅에서, 사막이든 오아시스든, 지구의 끝이라 해도 별을 가슴에 품고 산다.   우리는 한갓 이름 없는 별이였을까. 추억 속에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었을까. 첫사랑의 뜨거운 키스가 별똥별로 사라진다 해도 사랑이 지나간 밤 하늘은 수 만개 수 억개의 은하수로 반짝인다.     별똥별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대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꼬리를 불태우며 지구로 떨어진다. 목숨도 사랑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별똥별처럼 소행성에서 떨어져 지구로 날아온 작은 티끌이었을까.     어머니는 가시가 무성한 고향집 민둥산 아버지 곁에 묻히고 싶어했다. 돌아갈 길이 아득해 묘비에 한글 이름 석자 남기고 이역만리 타국에 잠드신 어머니.     디아스포라는 살아있어도 죽어도 영원한 이방인이다. 어머니 젖줄 새긴 별 하나 가슴에 달고 살면 캄캄한 밤 어느 땅 어느 곳에서도 별을 볼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템즈강 목숨도 사랑 타향 지구 이별과 눈물

2024-04-23

[시로 읽는 삶] 눈물의 효능

(…)“인간의 얼굴은 감정의 괄약근이다. 그것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풀려서 문제”라며 나는 양파를 썰면서, 네가 불편해할까 봐 너스레를 떤다.// (…)정확히 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눈물’을 담는 그릇이다.// 세월 따라 주름이 많이 간 그릇이 깨지기 전에 ‘눈물’이 다른 그릇으로 매일 조금씩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잘 옮겨지면 된다./ 휴일 늦은 저녁, 눈물이 듬뿍 들어간 나의 맛없는 요리를 맛있게 떠먹으려 너는 한참 전부터 커다란 숟가락을 들고 오직 사랑의 힘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중일 시인의 ‘좋은 날을 훔치다-시라는 식당-’ 부분       눈물은 감정의 바로미터다. 눈물은 대체로 슬플 때 많이 나지만 기쁨이나 감동이 지나간 자리에도 눈물이 있다. 눈물이 난다는 건 오감이 자극되어 감정의 파도가 일기 때문일 터이다. 눈물에도 맛이나 밀도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슬플 때 흐르는 눈물과 기쁠 때 흐르는 눈물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의 진정성은 믿을만하다. 눈물의 빵, 눈물의 사죄 등등은 꽤 호소력이 있다. 그래서 읍소는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는 최선책이 되기도 한다. 이별과 눈물은 떼놓을 수 없다. 이별은 눈물을 거느린다. 부모를 떠나보내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슬픔의 극한에 다다르는 눈물이 있다.     눈물의 이야기가 있는 삶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 뒤에 눈물의 빵이 있는 것은 소설구성의 3요소 중 ‘배경’처럼 효과적인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즈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수 임영웅의 눈물로 견뎌내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재능까지 더 돋보이게 한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어떤 외부자극에 의한 최루성으로 흐르지만 신체적 기능이전에 희로애락을 받아내는 감정의 그릇이다. 슬픔이 흘리는 눈물보다 환희가 주는 눈물이 더 뜨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눈물의 양면성은 어떤 삶도 구차하지만은 않게 해주고 감정을 얽힘을 풀어주는 청량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눈물은 소통을 위한 또 다른 언어다. 아기들은 눈물로 말을 한다. 여자의 눈물은 설득력이 있고 호신술이 되기도 한다. 이스라엘 한 연구팀에서 연구했다. 20대 남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여자들이 슬퍼서 흘린 눈물을, 다른 한쪽은 일반 식염수를 냄새 맡게 했다. 여자들이 슬퍼서 흘린 눈물을 냄새 맡은 그룹 남자들은 심장박동과 호흡이 안정적이 되고 남성호르몬도 줄어들어 공격성도 낮더라고 한다.     눈물로 지은, 그러나 맛은 없는 밥을 먹겠다고 커다란 숟가락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사랑의 힘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시인의 말은 사랑의 근간은 눈물 아니냐는, 눈물 없이 사랑은 꽃피우지 못한다는 의미 리라.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며 우는 초로의 남자들이 있다. 세상 사람이 다 불쌍하다며 슬퍼하는 여자도 있다. 울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마음의 굳은살이 점점 물러지고 몸이 울음의 효능을 알게 된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살아온 궤적이 신산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눈물은 슬픔을 풀어주는데 으뜸이다. 마음을 정화하는 치유능력을 지닌 매혹적인 심리 기제이기도 하다. 웃음 못지않게 울음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약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눈물 효능 이별과 눈물 저녁 눈물 그룹 남자들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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